아이디병원

고진감래? 양악수술 후 7일째

4**호

2011-03-16 19:29:37

10일 오후에 양악수술 했어요~ 오늘로 꼭 7일째가 되네요~
404호에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좀 특이하지만 숫자 "4"를 좋아하는데
병실이 404호라는 사실도 괜한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ㅋ

어떤 분들은 수술 당일날도 후기를 올리셨던데, 어휴... 저는 오늘에야 좀 숨을 돌리게 되네요

박은경 실장님과 박상훈 원장님께 감사하단 말씀드리고 싶어 올립니다~
수술 후에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해서요
(말을 할 수가 있어야죠... 눈빛을 읽으셨을라나...?)

처음 상담때부터 수술까지 실장님은 시종일관 따뜻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했고,
수술후에 퇴원하기가 무서웠던 제 맘을 어찌 알고, 무서우면 더 있어도 된다고 하셨던 박상훈 원장님~
덕분에 하루 더 병실에서 적응하고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훗날 꼭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4층에 간호사 언니들, 제가 넘 심심해서 좀비처럼 병실밖을 걷다가
자주 시덥지 않은 질문을 화이트보드에 했었는데,

옆방 환자가 외국인인지? 어느나라 사람인지? 연예인인지? 잘생긴 저 남자는 수술할 데도 없는데 어딜하는지? 옆방 환자 남친이 어느나라 사람인지? 공항에서 검색대 통과할때 턱수술 접합부위때문에 걸리는지? 등등요 ㅋ

그때마다 친절하게 답을 적어주셨죠! ㅋ 감사해요~

솔직히 치아가 비대칭이란 사실과 주걱턱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닥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제 외모에 크게 자신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어쩔거야, 웬 근거없는 자신감?)

그런데, 큰아버지 회갑연에서 제가 노래를 부른 게 화근이 되었답니다~
카메라가 시종일관 제 옆얼굴을 촬영했는데,
나중에 가족들과 친척들 모두 둘러앉아 비디오를 보는 자리에서
그만 아버지께서, 저게 뭐야~! 내 예쁜 딸이 왜 저런 거냐고~ 화들짝 놀라신 거죠

거기에 엄마의 조막만한 얼굴과
제 여동생의 역시 조막만한 얼굴이
함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그간 가장 예쁜 줄 알았던 아빠의 첫째딸은 한순간에 집안의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결혼이 늦어지는 게,
모두 그놈의 '턱'때문이라고 결론내리게 된 겁니다~

(이제 수술했는데도 결혼 못하면 "아~~ 쟤가 성격이 더럽구나" 아시게 되겠지만요 ^_^)

박은경 실장님 말씀이 보통은 집안에서 반대를 하는데, 정반대 케이스라며 운이 좋다고 하셨는데
아무튼, 극성맞은 집안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엎고 수술 했습니다

수술전에 수술후기 많이 읽었는데, 대충 읽었었나 봅니다
입원실로 옮겨온 그 시간부터 "죽고싶다" 생각밖에 안들던데요

내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되는지 납득이 안되면서
몸에 연결된 모든 바늘을 뽑고, 압구정 대로변으로 뛰어내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곱씹으면서 울었습니다

잠을 자고 싶은데, 잠을 못자는 괴로움
숨을 쉬고 싶은데, 숨쉬지 못하는 고통

이전에는 정말 몰랐습니다.

수술을 앞두신 분들, 각오 단단히 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저는 너무 쉽게 회복이 뚝딱 되는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아무래도 각오한 사람들은 더 쉽게 극복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3일쯤 지나니까 아주 조금 눈을 붙일 수 있었고, 그게 큰 위안이 되면서
"시간만이 해결해주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술전이나 수술당일, 이후의 진행상황은 다른 분들이 후기에 너무나 상세히 적어놓으셨더군요
아픈 와중에 그 모든 걸 기억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물론, 간호사분들이 잘 챙겨주시긴 하는데,
수술 당일은 보호자가 있으면 좋겠더군요

엄마가 밤새 못자는 제 옆에서 같이 심호흡도 해주고,
이마에 열이 나면 손수건도 얹어주고 하니까 심적으로 편했습니다.

다만, 병실에 있는 며칠간 계속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을 겪는데
간호사분들이 아무때고 불을 환하게 켜고 들어오세요~
물론, 혈압재고 링거 바꾸고, 주사 놓고 그러는 거지만요
아주 잠깐 잠이 들었다해도 또 깨기 일쑤고, 게다가 간호사분들이 그냥 불을 켜놓고 나가십니다, 이런...

"저기요~, 언니~ 잠깐~" 간호사 언니의 뒤통수에 숱하게 속으로만 말했죠...
침대서 일어나 끄고 누울 수밖에 없고
그러는 사이 잠깐 찾아온 잠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다시 불면의 밤이 무섭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또 좀비처럼 일어나 새벽 4시건 5시건 걷고 또 걷는 거죠

404호는 바로 간호사분들 앞에 있어서
늘 복도 불이 환하게 방으로 들어왔거든요~
간호사 언니들, 요거 하나 딱 배려해주세요~ 다른건 불만없습니다!!!!

다른 분들보다 하루 더 병원신세를 지고, 집에 오니 편해서 그런지 잠을 더 많이 자게 되네요

집에 와서 온찜질을 하는데, 확실히 아랫턱이 녹아내리는 기분? 붓기가 빠지는 느낌이 들고
새벽에 잠이 안올때 온찜질을 하니까 호흡이 편해지고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또 밤에는 유독 턱부분이 묵직한 느낌이 들고, 웨이퍼도 꽉 맞는 듯 조이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럴때 온찜질 한 번씩 하니까 확실히 좋더군요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퉁퉁 부어있어요
수술후에 마주한 얼굴은 완전, 오리? 둘리? 그런 만화캐릭터~

어휴... 집안에서는 그게 전보다 더 나은가봐요
완전 귀엽대요, 완전 예쁘대요. 헐...

앞으로 붓기가 빠지면 마주할 제 얼굴이 어떨까?
과연 박원장님이 어떤 마법을 부려놓으셨을까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만,
아직은 명랑만화예요

부디 가족들이 완전 만족하는 예쁜 첫째딸의 외모로 거듭나길 바랄 뿐입니다